◆휴대폰 에티켓 운동 / 중ㆍ고교생 m클린 IT강연◆
"온라인게임은 게임 그 자체로만 즐겨야 합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욕설 을 퍼붓거나 게임의 승리를 위해 불법적으로 아이템을 사고 파는 파렴치한 행 동을 해서는 안되겠죠. 온라인게임 강국 한국답게 에티켓에서도 세계 최고임을 보여주세요."
지난 25일 이화여대 병설 미디어고등학교에서 게임업체 그라비티의 김현국 사 장(사진)이 '바람직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게임 에티켓 바로잡기'란 주제로 세 번째 m클린 IT강연을 했다.
300여 명의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날 강연은 그라비티의 대표게임 '라그 나로크'의 동영상 상영으로 시작됐다. 라그나로크는 지난 2002년 출시돼 전세 계 37개국에서 서비스되며 일본 대만 태국 필리핀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온 라인게임. 영화 같은 동영상을 틀자 학생들은 '와' 하는 탄성을 질렀다.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며 세계 최강의 온라인게임 대국입니다. 세계 3조원 시장 가운데 한국이 3분의 1인 1조원 시장을 형성하고 있죠. 중국만 해도 한국 온라인게임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 예요."
김 사장은 "그렇다면 온라인게임 문화 수준 또한 강국인가요?"라고 반문한다.
온라인게임상에서 다른 사람의 아이템을 사고 팔거나 훔치는 불법행위가 많아 지고 있다. 게임에 너무 깊이 빠져 심지어 죽는 사람도 생겨났다. 욕설을 하거 나 비방하는 사례도 많다. 온라인게임이 확산되면서 좋지 않은 게임 에티켓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바람직한 게임문화는 게임 자체를 즐기는 겁니다. 외국에서 한국의 온라인게 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사용자가 게임에서 얻는 즐거움만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죠. 일본에서는 라그나로크 동호회가 1만개에 이를 정도로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활성화돼 있습니다. 이들 동호회는 올바른 게임문화 확 산을 위해 게이머들의 나쁜 행동을 서로 감시하는 구실도 하고 있어요."
김 사장은 바람직한 게임 에티켓으로 타인의 인권과 사생활 존중, 익명성을 바 탕으로 한 폭언ㆍ욕설 금지, 타인의 정보 보호, 아이템 현금거래 등의 사행성 행위 금지 등을 들었다.
김 사장은 "바람직한 게임문화가 정착된다면 게임의 순기능이 활성화되고 우리 게임산업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잘 모르는 어른들에게는 시간 낭비 정도로만 여겨지는 게임도 장점이 무척 많 다.
2000년 영국 내무부 보고서는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어린이들은 영리하고 학 습능력이 뛰어나며, 좋은 대학에 진학해 나중에 좋은 직업을 갖는 것으로 확인 됐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50분의 강의시간 가운데 30분을 강의하고 질문을 받았다. 미디어고 가 IT 특성화고교이기 때문인지 학생들의 수준높은 질문이 끊임없이 쏟아져 쉬 는 시간까지 강의시간을 연장해야 할 정도였다.
한 학생이 "게임시장은 아시아보다 유럽시장이 오히려 더 크다고 알고 있는데 유럽에서 더 큰 성과를 이뤄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김 사장은 "유 럽시장은 온라인게임보다는 콘솔(게임기)시장이 더 크기 때문에 온라인게임 위 주의 우리 기업이 성공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럽시장을 공 략하는 것이 우리 게임 업체들의 주요 전략"이라고 답했다.
"온라인게임이 많이 쏟아지는데 정작 성공하는 게임은 몇 개 안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시장에 나오는 100개 게임 중 3개 정도만이 성공하기 때문에 그 3개 에 들도록 최선을 다해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면서 "남들과 똑같이 만들면 안되고 뭔가 다른 내용을 넣어 남들보다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학생들이 롤플레잉 게임을 즐기기에는 비싼 편인데 가격을 내릴 생 각이 없느냐" "게임하다 죽은 사람이 생겼는데 온라인게임 회사도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날카로운 질문도 던졌다.
김 사장은 게임 이용료를 낮출 계획이 있으며, 사람이 죽은 데 대해서는 게임 업체 사장 중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고 말하며 예봉을 피했다.
이날 강연을 들은 학생 가운데는 게임산업에 종사하고 싶다는 학생도 30여 명 이 넘었다.
김 사장은 "게임업체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많이 하고, 책을 많이 읽고, 남들이 어떤 생각을 할까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