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에서 흔하게 쓰이는 소재인 가상현실은 사실 무척이나 모호한 개념이다. 우리가 현실과 똑같이 생활 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더 생긴다고 해서 즐거울 일이 뭐가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현실은 상당히 가능성 있는 개념이었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실현 가능한 수준까지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현재 가상현실의 개념을 가장 현실적으로 다듬어낸 장르는 단연 작금의 온라인 MMORPG들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근 10년간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으며 다양한 게임들이 나와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임들은 우리가 꿈꾸는 세계와는 거리가 먼 편이다. 도트가 튀는 2D, 어설픈 로 폴리곤의 3D 세상. 새로운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은 장사에 여념이 없고 대화는 커녕 욕설이나 안들으면 다행이고 모험보다는 단순 반복 사냥이 대다수 게임들의 대부분을 차지 하고있다.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과 ‘게임 속 세상’이 다른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인데. 하나는 ‘구현할 능력’이 없어서고 또 하나는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다. 첫번째 이유는 사실 ‘현실’을 그대로 구현할 수도 없고 현실과 똑같아 봐야 그렇게 재미있는 게임이 되지도 않는다. 결국 ‘설계’의 문제인데 여태까지의 온라인 게임들은 대부분 사냥과 전투 위주로 게임을 설계하기 때문에 생각과는 많이 다른 형태가 대부분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차세대 MMORPG를 표방하고 나온 마비노기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합격점이다.
그래픽의 경우 어차피 실제 사람과 똑같이 구현 못하는 이상 최소한의 사양으로 최대한 예쁜 캐릭터를 구현해야 한다. 마비노기의 경우는 독특한 카툰 렌더링 방식으로 만화 같은 캐릭터와 예쁜 화면을 구현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 만화 같은 캐릭터는 유저의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지고있다. 캐릭터를 제외한 나머지 화면구성은 무척이나 현실적이어서 게임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잘 살아나 있다.
마비노기에서는 상상한 일들의 대부분이 가능하다. 열매 채집, 요리하기, 아르바이트, 옷 만들기, 무기 만들기, 음악 연주하기, 무기개조 등. 그림자를 보고 현재 시간을 알 수 있고 저녁이 되면 어두워 지면서 캠프파이어를 피우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무기를 파는 사람도 나타나면서 근처에 있는 사람들끼리 음식도 나눠먹는다. 이런 일들은 생각외로 즐겁고 모르는 사람들과도 쉽게 친해 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마비노기는 다른 게임에 비해 지역들이 무척 좁은 편인데, 덕분에 한번 본 사람과 게임 내에서 마주치는 일이 잦도록 의도한 것이라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독특한 전투 또한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묘한 심리전은 단순히 클릭 반복의 전투가 아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갈수록 다양한 패턴을 연구해야 한다. 레벨이 높아서 쉽게 사냥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레벨이 낮아서 사냥이 어려운 편도 아니다. 또한 장비효과 위주로 게임을 구성하지 않아서 유저들이 각자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다.
가장 독특한 것은 RP(Role Play) 라는 시스템인데 이는 본인의 캐릭터가 아닌 게임상의 NPC나 몬스터를 특정 시나리오에 맞춰 대신 조작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자신이 늘 잡던 몬스터로도 모험해 볼 수 있고 늘 보던 상점의 아가씨로도 게임을 플레이 해 볼 수 있다. 이는 다른 어느 게임에서도 볼 수 없는 마비노기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다.
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때의 일. 별 이야기도 아니었음에도 마냥 신기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음식을 나눠먹는 재미. 이것이 바로 생활형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가 주는 새로운 즐거움이다.
박도빈(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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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uke
요즘 한창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이다. 게임 기획자로서 정말 독특한 시스템이 눈길을 확 잡아끌었다. 단지 전투 반복 (노가다)만을 하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 게임의 특징이다.
다양하고, 새로운 생활 스킬로 게임을 플레이 하는 동안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다.
처음 시작부터 콘솔게임 혹은 PC게임의 싱글 RPG게임을 진행하는 듯한 느낌과 NPC와의 대화 시스템 등 다른 MMORPG와는 차별화된 게임이라 생각된다.
주변의 여러사람들에게 추천을 해봤었는데..
두가지 의견이 나왔다.
- 정말 특이한게 재미있다.
- 이게 뭐야...
특이한게 재미있다고 느낀 사람들은 노가다에 지쳐 새로운 게임을 찾고 있던 사람들로 생각이 된다.
하지만 이게 뭐야라고 느낀 사람들은, 마비노기의 약화된 전투 시스템에 실망을 금치 못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들은 특화된 생활스킬이 단지 별 쓸모 없는 것이라 생각되고 있다.
뭐, 무엇이든 좋다는 쪽과 나쁘다는 쪽이 나오기 마련이다.
기존의 MMORPG에 식상한 유저라면 마비노기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매일 2시간씩 공짜니까 말이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