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산·학 협력의 윈윈 모델을 추구한다면 서로의 존재를 지워라. 그리고 모든 것을 공유하라.’
우리나라 게임제작 벤처기업 1호인 막고야/타피로스(대표 홍동희 http://www.makkoya.co.kr)가 지난 2월 서울에서 대덕R&D특구 내 우송대학교(총장 김성경 http://www.woosong.ac.kr)로 둥지를 옮기며 내건 경영지침 1호다.
막고야는 이전하면서 본사 위치를 아예 우송대의 게임멀티미디어학과(학과장 이창조 교수) 내 학생들의 실습실 옆에 꾸며 달라고 요청했다. 반경 20∼30m에서 모든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여기에는 누리사업인 첨단영상게임전문인력 양성사업단에 참여하며 영상게임산업 전문인력 사업팀장을 맡고 있는 이창조 학과장의 ‘탱크’처럼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우송대 측의 열린 마인드가 큰 도움이 됐다.
◇산·학 협력 ‘본때’ 보여준다=우송대 게임멀티미디어학과의 학부 및 대학원생 실습실에 홍동희 대표가 나타났다. 실습실 바로 옆 막고야 사무실에서 일하다 잠시 짬을 내 현장 실무를 지도하기 위해서다.
막고야 사무실에선 일부 석사과정 대학원생들이 직원들과 새 게임 제작 과정을 논의하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 컴퓨터과학 석사과정 1년차인 김인호씨(28)는 “그동안 책으로만 공부해 온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사례를 접하는 일은 마치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 같다”며 “진정한 게임에 대해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우선은 젊어진 것 같습니다(겸연쩍게 웃으며). 젊은 친구들의 열정이 직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현장밀착형 교육을 하다 보니 신입직원으로 뽑아도 다른 교육이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1학년 때부터 막고야의 시스템을 다들 몸으로 체득하고 있을 테니까요.”
막고야에서 게임 제작을 책임지며 석사과정을 지도하는 등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는 이승철 프로듀서(35)의 너스레다. 이 프로듀서는 대학 학과 내에 기업이 입주할 경우 가장 큰 장점으로 신입직원의 재교육 투자 시간 및 비용 절감 효과를 꼽았다.
막고야가 이번에 우송대로 이전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대덕밸리가 게임산업 불모지라는 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봤기 때문이다. ‘벤처는 곧 프런티어’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 홍 사장에게는 당연한 선택이었고, 전국의 중심에 위치한 대덕특구를 교두보로 게임산업을 전국, 나아가 전세계로 파급시키는 데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작용했다.
홍 사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학과 기업 간 협력의 정도를 가장 먼저 고려했다”며 “10∼20명의 직원을 새로 충원할 계획인데 우송대 학생이 다수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 게임벤처 야심=막고야의 대덕특구 입주는 우송대의 입장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우송대는 인력양성 사업인 누리사업단의 성공이 기업 유치에 달려 있다고 판단했던 것. 급기야 막고야와 접촉하기 위한 태스크포스가 구성됐고, 대구행을 준비하던 이 회사를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김성경 총장은 “이제는 대학이든 기업이든 홀로서기 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막고야가 들어온 만큼 세계적인 게임 기업으로 커 나가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며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임을 약속했다.
막고야는 이를 발판으로 세계 최대 게임벤처로의 도약을 꿈꾸며 대덕특구를 교두보로 창업 14년차 노하우를 세계 시장에 풀어내려 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의 첫 타깃은 아시아와 미국이다. 최근 중국 선양을 다녀온 홍 대표는 “대만과 태국에서 온라인 게임인 루넨시아 진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조만간 중국에서도 막고야가 제작한 3D 격투게임을 직접 서비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또 “일본의 콘텐츠와 자금에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경험, 중국의 인력과 시장이 결합된다면 세계적인 기업으로 커가는 것이 결코 비현실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다”며 “한·중·일 3개국이 참여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를 능가하는 대형 온라인 프로젝트를 기획중”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속으로 들어간 막고야가 세계적인 게임기업으로 성장한다면 아마도 그 덕은 산·학 협력이 일궈낸 소중한 결실이라는 판단이다.
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