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중이라도 좋다
베일에 가려져 온 온라인 게임 대작들이 금주를 기점으로 대거 선보일 전망이다. 관심을 모아온 엔씨소프트의 ‘길드 워’를 비롯해 게임하이가 3년여의 개발기간을 통해 완성한 ‘데카론’, 그리고 인디 21의 무협 게임 ‘구룡쟁패’ 등이 각각 시차를 두고 발표된다.
당사자들로서는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겠지만 게이머들 입장에서 보면 풍성한 한 주를 맞는 셈이다.
그렇다. 대작들이 많아야 시장이 움직인다. 바람의 이론이 그렇다.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핵심은 바람이다. 그 바람을 타지 못하거나 역행하면 실패하고 만다. 2005년 4∼5월에 부는 바람이 삭풍인지 아니면 하늬 바람인지의 여부는 더 두고 볼일이다. 하지만 바람이 일어 나쁠 건 없다. 지금 게임계는 새 바람을 요구하고 있다.
어떤 작품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앞으로 뛰쳐 나갈 것인가의 향배도 관심거리다. 그 것은 다름아닌 게임마니아들의 니즈이자 흐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게임계는 너무 안주해 왔다. 되새김질 만 하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람도 없었고 총성도 없었다. 게임아닌 게임을 해온 셈이다. 이러니 업계도 게이머들도 신명이 날리 없다. 그래서 이른바 캐주얼 게임들이 러시를 이뤄 왔다면 모순된 표현일까.
산업은 생사를 내 맡긴 전선이다. 전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몸으로 하는 전투는 이길 수 없다. 한데 어느 순간부터 게임계는 자신감을 잃어왔던 게 사실이다. 도전 정신도 헝그리 정신도, 벤처라는 모험심도 상실한 채 표류 해왔던 것이다. 그동안 게임계가 참패 하지 않는그저 그런 게임, 대박 게임과 유사한 장르의 게임, 그리고 윗선에서 불호령이 떨어지지 않는 그런 게임만을 양산해 왔다면 너무 인색한 평가일까.
솔직히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이들 작품이 만의 하나라도 흥행에서 실패한다면 우리의 게임시장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수요 정점이란 얘기를 들먹이고 있다. 더이상의 시장 팽창을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의 정점은 있을 수 없다. 바람이 일면 타 오르고 기름을 부으면 활화산처럼 솟구치는 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생리다.
따라서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게임계의 대표선수라 할 수 있다. 뒷짐만을 쥐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 그리고 상실된 도전정신과 헝그리 정신으로 전선을 누벼야 한다. 전쟁은 무기로 하지만 승리는 사람이 거두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총성 없는 전쟁이 게임계의 자신감 회복이라는 신호탄으로 작용한다면 지금 게임계가 치르고 있는 경쟁이 전쟁중이라 해도 좋다. 승리는 그들과 우리의 것이기 때문이다.
편집국장(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