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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게임 M&A 허와 실

Editor.zuke 2005. 6. 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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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게임 M&A 허와 실
출처더게임스 5/31


산업구조 재편 불가피

역피라미드땐 '사상누각'

게임시장에 ‘M&A(인수합병)해일’이 밀려오고 있다. 게임업계의 M&A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엔 업계 판도변화는 물론 게임산업의 지도를 바꿀만한 메가톤급 M&A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M&A 재료가 ‘한계기업’이 아닌 한참 ‘잘나가는’기업이란 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1 + 1 = 2이상’ 이라는 시너지효과를 노린 선발업체간의 M&A도 본격화할 조짐이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게임시장은 M&A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M&A 속성이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어 게임산업에 약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 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메이저 온라인게임업체인 A사는 최근 해외 유력 게임업체인 B사와의 M&A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막강 자본력과 글로벌 게임 네트워크를 가진 B사가 온라인게임 개발 및 서비스 운영 경험이 풍부한 A사를 인수해 온라인게임 밸류체인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또다른 선발 게임업체인 C사 역시 모 대기업 등과의 M&A 추진설이 무성하다.


 이에앞서 메이저 온라인게임 개발사인 넥슨 역시 모바일게임 메이저업체인 엔텔리젼트와의 M&A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본지 61호 커버스토리 참조) 한 M&A 전문가는 “현재 다양한 형태의 게임M&A가 물밑에서 여러건이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CJ인터넷(플레너스 인수), 중국 샨다(액토즈소프트 인수) 등 작년에 나왔던 대형 M&A를 능가하는 초대형 M&A가 올해안으로 여러건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 진화하는 ‘게임 M&A’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신경제 시스템 아래서 M&A는 어찌보면 자연스런 기업활동중 하나다. 벤처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M&A는 기업성장과정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오너십을 중시하는 한국적 정서에서 M&A는 ‘기업사냥’으로 비유되며,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한계기업의 M&A가 주류를 이뤄왔던 것도 같은 맥락. 게임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신작 게임이 흥행에 실패한 기업이나 심한 자본압박에 시달려 더이상 연명이 어려운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분위기가 달리지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띄는 것은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대박작품을 보유하고 있고 자본력도 풍부한 선발기업들이 M&A시장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갈수록 게임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고, 일부 히트작에 의한 독과점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미래에 대한 ‘보험’ 차원에서 차기작 개발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도 유망한 개발사 인수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미 웹젠·엔씨소프트·네오위즈·넥슨·엠게임 등 선발기업들이 국내외를 망라해 신흥 유망 개발사를 입도선매하며 M&A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선발기업간의 ‘화학적 결합’도 주목할만하다. EA·비벤디 등을 필두로 세계 게임기업들이 글로벌 M&A를 통해 ‘빅브라더’화되면서 국내 선발기업들도 인수 타깃을 대형업체로 돌리며 본격적인 덩치싸움에 가세했다. 대기업이나 해외 펀드 등 대자본의 움직임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미 SK가 IHQ를 통해 간접적으로 ‘팡야’ 개발사 엔트리브소프트를 인수하는 등 대자본에 의한 M&A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 M&A 전문가는 “작년말 샨다의 액토즈 인수 이후 샨다측에 인수 제안서가 쇄도할 정도로 국제적인 M&A까지 크게 성행할 조짐”이라며 “게임업계의 M&A가 진화를 거듭해 ‘신 M&A’ 경향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게임지도’가 바뀐다


게임 시장이 M&A모드로 빠르게 전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무엇보다 게임비즈니스가 ‘게임성’ 중심에서 ‘마케팅’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즉,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유저풀의 공유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무한경쟁시대로 접어든 게임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첩경이라는 판단이다. 그런만큼 M&A 결과에 따라 앞으로 업계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막강 자본력을 자랑하는 선발 게임업체들의 세력 싸움으로 앞으로 게임산업의 지도가 수시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전문기업 엔텔리젼트가 지난 1분기에 아치소프트·치즈케익 등 두 곳의 유망 개발사를 인수하며 업계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온 것이 이를 증명한다. 1년여 전만해도 엔텔리젼트는 무명에 가까웠던 기업이다. 넥슨 역시 현재 추진중인 엔텔리젼트 인수에 성공할 경우 엔씨소프트를 추월해 업계 1위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자금력이 풍부한 코스닥기업들도 M&A 하나로 업계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부상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또 스타급 개발자들이 새로 창업한 기업에 대한 배팅을 늘리고 있는 네오위즈 역시 상황에 따라 선두권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농후하며,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그룹차원에서 물밑 확장하고 있는 SK 등 대기업들도 직·간접적인 M&A를 통해 향후 1∼2년내에 게임시장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예상이다.


# 산업의 뿌리가 흔들린다


대형 자본의 유입과 선발기업간의 결합 등 게임업계의 신 M&A가 활성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마음이 다급해진 것은 다수의 중소 개발사와 차기작 개발 등으로 여유 자본이 부족한 중견기업들이다. 가뜩이나 쏠림현상이 심한 게임비즈니스인데, 선발기업들이 공격적인 M&A로 계속 몸집을 부풀린다면 게임 시장 전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며, 결국엔 중소기업들이 설땅을 잃을 것이란 얘기다.


MMORPG를 개발중인 한 중소 개발사 사장은 “현재 대부분의 선발기업들이 막강 자본력과 맨파워, 브랜드 인지도 등을 바탕으로 고퀄리티 게임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인데, M&A를 통해 더욱 대형화된다면 어떻게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처럼 게임산업 전체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면 게임 3대강국을 꿈꾸는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저변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미국과 일본이 세계 게임시장을 거의 양분하게된 이면에는 수 많은 중소·중견 개발사들이 허리를 튼실하게 받쳐주었기 때문이라는 점에 비춰 이는 국내 게임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데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온라인게임 종주국에서 명실상부한 게임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더 많은 양질의 산업자본이 업계에 유입되어야 하며, 선발기업들 역시 공격적 M&A를 통한 몸집 부풀리기 보다는 유망 개발사에 대한 프로젝트투자 등 다양한 형태로 자양분을 제공해서 윈윈할 수 있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결론적으로 게임시장에 새로운 화두로 부상한 M&A는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보다 큰 글로벌 기업을 만드는 약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게임산업의 뿌리를 뒤흔드는 독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 이젠 범 정부차원의 보다 진지한 논의와 대책이 수립돼야 할 시점이라는게 중론이다.

이중배기자(이중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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