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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옥의 창] 모바일콘텐츠 산업의 과제

Editor.zuke 2004. 9. 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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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옥의 창] 모바일콘텐츠 산업의 과제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열심히 휴대폰의 버튼을 눌러대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휴대폰으로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게임을 하는 것이다. 모바일 시장을 겨냥해 제작된 미니 영화를 내려 받아 감상하는 사람도 있다. 아직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조만간 TV도 감상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제 휴대폰은 단순히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통신수단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통합단말기로 우리의 생활 속에 성큼 들어왔다.

그러나 정작 모바일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의 실정은 그리 넉넉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미 일정한 규모로 성장한 회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회사가 직원 수 10명 이하에다 매출도 5억 내외로 영세하고 수익성도 낮다. 모바일 분야의 경우 다른 분야보다 개발 기간이 짧고 개발에 따른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아이디어와 열정을 자본으로 이 분야에 뛰어드는 기업이 많다. 덕분에 모바일콘텐츠 제작업체는 최근 급격히 늘어났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모바일 게임업체 수만도 약 600여개. 여기에 벨소리나 캐릭터, 문자메시지 등의 콘텐츠업체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욱 많아진다.

문제는 시장의 규모가 이들 업체들이 먹고 살만큼 뒷받침을 해주지 못한다는 것. 모바일 시장의 성장이 늦는 것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전체 시장규모에 비해 종사하는 업체가 너무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시장의 성장 속도에 맞춰 업체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시장이 미쳐 크기도 전에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기술이나 품질, 아이디어 경쟁보다는 가격이나 마케팅 경쟁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 이는 자연히 국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수익성이 낮으니 핵심기술이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 상품화하려는 시도도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이같은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한 시도의 하나로 국내 시장에도 전문 퍼블리싱 체제의 도입이 모색되고 있다고 한다. 개발회사는 개발에만 전념하고 이동통신회사를 대상으로 한 협상과 마케팅 등은 퍼블리싱 회사가 담당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퍼블리싱 모델은 업체간 역할분담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시도라는 생각이다.

이같은 시도가 국내 모바일 업계에 정착되려면 먼저 몇 가지 전제가 마련돼야 한다. 우선은 퍼블리싱 업체의 업무능력 제고다. 지금처럼 특정 이동통신업체 몇몇 관계자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지원하려는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퍼블리싱 업체가 합리적으로 개발업체를 선정하고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세스 정립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퍼블리싱 업체가 우선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분석해 다시 새로운 퍼블리싱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또 퍼블리싱에 필요한 다양한 네트워크와 채널의 개발, 노하우 축적도 없어서는 안될 덕목이다.

개발사와 퍼블리싱사간 협력이 성공하려면 합리적인 계약을 기반으로 한 신뢰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적 시도도 가능할 것이다. 이동통신회사들도 바람직한 퍼블리싱 모델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콘텐츠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한 분야가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장의 규모만 커진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규모에 걸맞은 재생산 구조와 시스템이 정착돼야 산업으로서의 위상을 보장받을 수 있다. 지금 우리의 모바일 콘텐츠 분야가 산업이 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장윤옥 문화레저부장 ceres@dt.co.kr

- [디저털타임스] 2004.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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