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유망 게임업체 액토즈소프트를 전격 인수한다. 이와 함께 아동용 게임시장을 주도해온 넥슨의 인수도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그룹차원에서 SK텔레콤의 자금력을 활용해 개발력과 장래성을 갖춘 유망 게임업체 2∼3곳의 경영권을 확보하기로 하고, 이 가운데 코스닥기업인 액토즈소프트와 넥슨을 대상으로 막바지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SK텔레콤에 엔터테인먼트 사업추진팀(TF)을 조직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SK그룹의 게임사업에 대한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특히 이미 게임사업에 발을 들여놓은 CJ그룹, KT, 삼성전자 등에 이어 대기업의 게임사업 본격 진출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게임업계 판도를 뒤바꿀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SK그룹의 게임 사업은 이번에 유망기업 인수자금을 댈 가능성이 높은 SK텔레콤을 통해 영위할지, SK텔레콤 자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와의 합병을 통해 추진할지 등을 놓고 저울질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대상 가운데 코스닥기업 액토즈소프트는 현재 인수를 전제로 가격 등 구체적인 내역까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증권시장 등에 떠돌던 액토즈의 인수 주체가 SK로 드러난 것이다. 협상을 지켜본 한 소식통은 “SK의 액토즈 인수 의사는 단호하며 최종 결정만 남은 상황”이라며 “액토즈 측에서도 SK로의 인수에 상당히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액토즈 인수는 이 회사가 40%의 지분을 보유한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미르의 전설’ 등이 중국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등 중국에 대한 시장성을 높이 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분석은 SK커뮤니케이션즈가 일본보다 중국에 먼저 진출하려는 계획과도 맞아 떨어진다.
한편 넥슨의 인수는 현재로서는 양측이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SK 계열사 관계자들이 적극 나서서 수차례 인수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SK 측에서는 그동안 아동 및 청소년 게임 부문을 주도해왔고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춘 넥슨 인수에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MMORPG 부문에서 취약성을 보여온 넥슨 역시 최근의 정황상 SK의 자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이진호·류현정기자@전자신문, jholee·dreamshot@etnews.co.kr
* SK그룹, 게임업체 인수 배경과 전망 (전자신문 9/8)
‘게임산업에도 대기업 시대가 온다’
SK가 그룹차원에서 유망 게임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향후 게임시장에 불어올 매머드급 태풍의 시작에 불과하다. SK와 KT 등 통신기반 대기업의 잇따른 참여는 국내 게임시장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 ‘대박’을 터트린 업체와 그렇지 못한 다수의 군소 업체가 난립해 있는 국내 게임업계는 이미 시장재편과 구조조정을 육감하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게임참여는 산업규모가 커지면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면서 ‘국내 게임시장은 이제 게임만으로 성장한 게임 대기업과 일반 대기업 출신 게임기업이 주도하는 형태로 재편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SK그룹, 왜?=SK그룹이 액토즈소프트와 넥슨 등 유망 게임업체 인수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주목해야 할 점은 SK가 개별 게임 프로젝트 투자가 아닌, 게임업체의 경영권을 인수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SK가 그룹 차원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게임사업을 삼겠다는 뜻이다.
또 유무선인터넷, 위성DMB 등 종합통신업체로서 위용을 갖춰 나가고 있는 SK가 유무선 플랫폼의 킬러콘텐츠로 게임에 주목했을 가능성도 크다. 이는 또 네이트, 싸이월드로 대표되는 인터넷비즈니스 등으로 망사업자뿐만 아니라 콘텐츠서비스업체로도 성장하겠다는 SK그룹의 청사진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기업 게임 투자 러시=SK그룹의 투자의지는 KT와 삼성전자 등 이미 게임산업 진출을 선언한 다른 대기업의 행보를 의식한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대기업의 게임산업 참여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KT가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에 1000억원 투자 계획를 발표한 바 있고 자회사인 KTH는 게임포털 인수와 함께 미국 게임업체 EA와 대대적인 사업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CJ그룹은 올 초 플레너스를 800억원에 전격 인수해 게임업체 덩치싸움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이미 소규모로 게임산업에 투자해 온 삼성전자도 조만간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 게임업체 사장은 “대기업의 게임산업 투자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 수익성 검증을 끝낸 대기업의 참여가 봇물을 이루면서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양분, 시간 문제=현재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몇년 전 수천억원대에서 수조원대로 커진 상태다. 달리 말하면 규모와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시장을 주도하기 힘든 환경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엔씨소프트와 NHN 등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게임 분야 출신 기업들과 SK, KT, CJ, 삼성전자 등 대기업 혹은 그 계열사들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현재 중소기업 범주에 머물러 있는 다수의 게임전문 개발사들은 이들 대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스튜디오로서 영향력을 발휘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SK그룹처럼 대기업들의 게임사업 진출 속도가 빨라지고, 기존 전문 업체들의 자금이 고갈돼 가고 있는 게임업계의 현 상황을 감안해 볼 때 국내 시장 재편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액토즈와 넥슨은 어떤 회사?=액토즈소프트는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평정한 게임 ‘미르의 전설’ 시리즈 공동소유권자로 이 게임을 개발한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사업에서 남다른 노하우를 인정 받았다. 코스닥시가총액은 약1300억원, 올 상반기 매출액은 300억원이다. 넥슨은 ‘비엔비’ ‘메이플스토리’ 등으로 국내 아동용 온라인게임 시장 강자로 군림해왔으며 일본 시장 공략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최근에는 70억원을 투자한 신작 ‘마비노기’로 국내 온라인게임시장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올해 매출목표는 900억원.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etnews.co.kr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