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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본이 움직인다

Editor.zuke 2004. 9. 1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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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특집
[특집] 일본이 움직인다 출처 : 게임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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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09-10

비록 온라인 게임의 시발점은 한국이 아닐지 몰라도 그 꽃이 한국에서 만개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국내에서 결실을 맺은 업체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해외로, 해외로 나서고 있다.

그런데 게임의 종주국을 자처하던 일본 업체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몇 년간 침체되어 있던 경제 상황과 새로운 플랫폼으로 급부상한 휴대전화에 정신을 뺏겨 미처 온라인 게임에는 신경을 쓰지 못 하고 있는 것일까?

일본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오랜 전통의 비디오 게임 시장을 위축시키는데 일조할 정도로
그 기세가 등등하다. 사진은 모바일 게임 천주(왼쪽)와 딥 레이비린스(오른쪽)

이러한 질문에 필자는 단호히 ‘NO’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간 일본 게임 업계가 PC 기반의 온라인 게임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온라인 게임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보여준 가능성과 날로 커져만 가는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을 일본 업체들이 그냥 두고만 보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중국 시장은 일본 업체들에게도
활로의 열쇠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 내 게임 대기업들이 PC용 온라인 게임을 개발, 본격적인 중국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 지역에 선행 진출한 스퀘어 에닉스와 세가 외에도 타이토, 코에이, 남코 등이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으며 다른 업체들도 이에 대비하고 있다.”

위 문장은 일본의 시사통신 13일자 보도를 간추린 것인데, 이 기사만 봐도 필자의 생각이 단순한 공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본문에서는 이 같은 일본의 주요 게임 업체들의 동향을 살피는 동시에 그 진로를 예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일본의 자존심 ‘스퀘어 에닉스’

스퀘어 에닉스는 파이널 판타지의 스퀘어와 드래곤 퀘스트의 에닉스가 만난,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게임 대기업 중 하나이다. 비디오 게임 업계에서는 아마도 모를 사람이 없는 친숙한 이름일 터. 그렇다면 온라인 게임 부문에서는 어떨까?

실은 이 두 회사는 합병하기 전부터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현재 전세계 50만 유저를 확보하고 있는 구 스퀘어의 ‘파이널 판타지 11’과 국내 상용화 당시 60%의 유료화 전환으로 화제가 되었던 구 에닉스의 ‘뎁스 판타지아’ 등은 국내 온라인 게이머들에게도 그리 낯선 이름이 아니다.

곧 두 번째 확장팩을 선보일 파이널 판타지 11

뎁스 판타지아

현재 스퀘어 에닉스는 폭주족을 소재로 한 ‘폭주 양키혼’, 농업을 테마로 한 ‘코스모구라시’ 등 다소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게임과 3D 로봇 액션 게임 ‘정크 메탈’, 택티컬 롤플레잉 액션 게임 ‘프론트 미션 온라인’ 처럼 메카닉에 기반한 SF물, 그리고 ‘파이널 판타지’, ‘뎁스 판타지아’, ‘크로스 게이트’로 대변되는 정통 판타지물을 보유하고 있다.

폭주 양키혼

코스모구라시

정크 메탈

프론트 미션 온라인

스퀘어 에닉스의 특징은 한국이나 미국 등 외국 업체와의 연계 없이 거의 모든 개발 작업을 직접 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유일한 예외라면 '에버퀘스트 2'의 일본 내 서비스를 맡고 있다는 정도일까) 이러한 경향은 '파이널 판타지 11'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미국과 일본, 그리고 9월부터는 유럽의 세 지역에 서비스됨에도 불구하고 게임 서버는 모두 일본 본사에서 통합 관리하고 있다.

또한 스퀘어 에닉스는 일본의 게임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중국에 지사를 설치할 만큼 중국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구 에닉스의 사장 혼다 케이지를 중국 지사장으로 임명할 정도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참고로 스퀘어 에닉스는 현재 중국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무협 RPG를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는 성공할 것인가 ‘세가’

세가는 일본의 여러 게임 업체들 중에서도 유독 온라인 게임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던 곳이다. 과거 메가드라이브 시절부터 온라인 요소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해왔던 세가, 드림캐스트를 통해 콘솔 업계 최초로 네트워크 장비를 기본 제공했던 세가가 '판타시스타 온라인'이라는 MORPG를 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드림캐스트로 첫선을 보였던
판타시스타 온라인은...

이후 PC, 게임큐브, 엑스박스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판타시스타 온라인'의 성공적인 런칭 이후 그들의 행보는 한동안 주춤거리는 듯한 인상을 주었는데, 그 사이에는 세가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던 고 오오가와 이사오 회장의 별세라던가 드림캐스트 포기와 이에 따른 소프트웨어 전문 메이커로서의 변신, 경영진과 제작진의 충돌로 인한 잇따른 사장 교체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그래도 이 시기에 아케이드 시장에서는 광 케이블을 이용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 2004년 1월. 세가의 오구치 히사오 사장은 동아시아 지역에 MMORPG를 투입한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천명했고, 한달 뒤인 2월에는 '시티레이서'의 현대디지털엔터테인먼트와 배급 및 제작에 관한 제휴를 맺었다. 그리고 E3가 열리던 5월에는 모노리스에서 개발 중인 '매트릭스 온라인'의 전세계 독점 판매권을 취득하는 등 다시 한번 온라인 게임에 대한 그들의 진심을 보여주었다.

시티레이서

매트릭스 온라인

8월 2일 상하이에서 개최된 세가 오브 차이나의 전략 발표회는 그 정점이라 할 만한 것이었다. 이 날 세가는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해 '시티레이서'와 현재 일본에서 서비스 중인 '판타시스타 온라인 블루 버스트' 외에 JC엔터테인먼트와 공동 개발 중인 '쉔무 온라인'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판타시스타 온라인 블루 버스트

쉔무 온라인

세가는 스퀘어 에닉스와 달리 타사와의 제휴 관계에 있어 보다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는 8월 2일 상하이의 전략 발표회에서 오구치 히사오 세가 사장과 오카무라 히데키 세가 오브 차이나 사장이 발언한 내용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지금부터는 국경을 초월한 합작이 중요해진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게임은 아시아를 연결하고 있으며,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는 중국, 한국, 일본의 동아시아권이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시장이 된다고 생각한다." (오구치 히사오)

"중국의 비지니스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중국 메이커일 것이다. 따라서 중국 메이커와의 합작을 기본으로 세가의 개발력을 살려 캐주얼한 온라인 게임의 즐거움을 중국 게임팬들에게 제공하고 싶다." (오카무라 히데키)

새 희망을 찾는 '캡콤'

PS2 등장 이후 귀무자, 데빌 메이 크라이 등 연이어 히트작을 쏟아 내며 한동안 승승장구하다 바이오하자드, 데빌 메이 크라이 2, 디노 크라이시스 3 등 기대작들의 신통치 않은 흥행 성적과 재정 악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금은 다소 침체기에 빠져 있는 듯한 캡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캡콤에 희망의 빛을 안겨 준 게임이 있었으니 PS2로 발매된 온라인 액션 게임 '몬스터 헌터'가 바로 그것이다. 한발 앞서 발매된 온라인 액션 어드벤처 게임 '바이오하자드 아웃브레이크'와 달리 '대작의 후속'이라는 후광 없이도 일본에서만 20만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이 게임은 캡콤 특유의 액션성을 잘 살린 온라인 게임으로 평가 받고 있다.

바이오하자드 아웃브레이크

몬스터 헌터

현재 캡콤은 대만의 게임팩토리와 함께 마계촌의 설정과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MMOG '마계촌 온라인'을 PC와 Xbox용으로 개발 중이며, 국내에서는 PC용으로 '귀무자 온라인'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게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감추어져 있는 부분이 많지만 양쪽 모두 폭넓은 팬 층을 갖고 있는 만큼 인지도 측면에서는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계촌 온라인

언제 부상할 것인가 '남코'와 '코나미'

지금까지 일본 게임 업계에서 소위 빅 파이브(Big 5)라 불리는 회사들 중 스퀘어 에닉스, 세가, 캡콤의 세 업체의 동향을 살펴 보았다. 그렇다면 나머지 두 회사 - 남코와 코나미 ? 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남코는 철권, 소울칼리버, 에이스 컴뱃, 테일즈 시리즈 등 인기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나, 그간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는 타 업체에 비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유력 업체와 손 잡고 PC용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는 일본경제신문의 보도로부터 남코 또한 수면 아래서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코나미는 2년전 코지마 히데오가 메탈기어 온라인을 언급한 것 말고는 딱히 온라인 게임과 관련한 정보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아케이드 시장에서는 비트매니아, 팝픈 뮤직, 퀴즈 매지컬 아카데미, 위닝 일레븐 등을 통해 활발한 실험을 전개하고 있는데, 아케이드판 위닝 일레븐의 경우 이미 네트워크 대전과 전국 규모의 리그를 실현하고 있으며 Xbox로 출시될 프로 에볼루션 사커 4(위닝 일레븐 8) 또한콘솔 버전 최초로 온라인 대전 기능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리즈 최초로 온라인 대전을 실현한
월드 사커 위닝 일레븐 아케이드 스타일 2003

그 외에 주목할만한

삼국지, 진삼국무쌍 등으로 국내 게이머들에게도 친숙한 코에이. 그런 코에이가 야심 만만하게 개발 중인 MMORPG가 바로 ‘대항해시대 온라인’이다. PS2로 먼저 선보인 뒤 PC로 발매된 ‘노부나가의 야망 온라인’과 달리 PC 전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이 게임은 동아시아 온라인 게임 시장 진출을 노리는 코에이의 승부수라 할 수 있다.

노부나가의 야망 온라인

대항해시대 온라인

진여신전생으로 유명한 아틀러스 역시 지난 달 PC용 온라인 RPG ‘진여신전생 온라인 이미진’을 발표하여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게임에 참가한 모든 플레이어가 동일한 서버에서 플레이 하게 되는 이 게임은 RPG 모드와 미션 플레이 모드, RTS 플레이 모드 등 다양한 게임 모드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며, 10월 1일부터 일본에서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시작된다.

진여신전생 온라인 이미진

봄버맨, 천외마경의 허드슨은 PC용 판타지 MMORPG ‘마스터 오브 에픽’을 개발 중이다. 울티마 온라인 이상의 자유도와 직업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이 게임은 귀여운 외모의 캐릭터가 인상적이며 올 겨울부터 일본에서 오픈베타 서비스가 실시될 예정이다.

마스터 오브 에픽

마치면서

아직까지 일본 업체들은 PC 기반의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30만명 이상의 유저를 모았던 게임은 세가의 판타시스타 온라인과 스퀘어 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 11 정도가 전부.

하지만 일본 업체들은 높은 개발력과 자본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국 내 온라인 인프라도 급성장하고 있어 온라인 게임 개발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 만화와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산업이 발달해 있어 온라인 게임 제작에 활용 가능한 컨텐츠도 풍부하다.

다양한 컨텐츠는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따라서 국내 온라인 게임 업체들의 해외 진출 사례가 늘면 늘 수록 일본으로부터의 도전이 거세어 질 것은 분명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각국의 유저 성향과 시장 상황을 잘 분석해 이에 적합한 게임을 서비스하고, 단순한 번역이 아닌 리모델링을 통한 충실한 현지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의 동아시아권이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시장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세가 사장의 말처럼 온라인 게임 시장의 삼국사(三國史)는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든다.

이장원(inca) / inca@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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