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게임쇼 참관기
'리니지Ⅱ' 부스 관람 1시간 대기 "올 매출 150억"'
로즈 온라인' 깜짝 공개…반나절만에 회원 1만
'한국발 온라인게임, 도쿄게임쇼 대반란.'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도쿄 인근 일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도쿄게임쇼 2004'의 전시장 안. 역대 판매량 3500만 장을 자랑하는 비디오게임 <드래곤 퀘스트 8>의 시연장 앞에 차례를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한 시간 분량 이상 늘어서 있었다. 같은 시간, 엔씨소프트의 부스에도 <리니지Ⅱ>의 새로운 업데이트 '크로니클 2'를 체험하기 위한 행렬이 '한 시간' 푯말을 넘기고 있었다. 게임강국 일본의 '국민 게임'과 한국의 '국민 게임'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이었다.
'크로니클 2'의 체험을 기다리던 일본 관람객 모토키 하지메 씨(36)를 만났다. 자신을 회사원으로 소개한 그는 "온라인상에서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즐길 수 있어 좋다"며 <리니지>로 온라인게임을 처음접해 지금은 <리니지Ⅱ>에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현재 40레벨과 36레벨짜리 캐릭터를 키우고 있다는 그는 "한국 온라인게임은 그래픽이 예쁘고 무엇보다 재미있다"며 "10년이 넘게 해오던 비디오게임은 요즘 들어 잘 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연말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한 이후 지난 6월 25일 유료화된 <리니지Ⅱ>의 현재 성적은 최대 동시접속자 3만 6000명에 유료계정 9만개. 30일 이용요금이 3000엔(약 3만 원)으로 국내보다 1만 원 정도 비싼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기대이상의 호응을 기록하고 있어 올해만 <리니지Ⅱ>로 일본에서 150억 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내년 예상 목표는 500억 원으로 잡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게임강국 일본에서 <리니지Ⅱ>가 선전해 너무 기쁘다"라고 말문을 연 뒤 "고사양 PC가 보급되는 만큼 <리니지Ⅱ>의 수요가 늘고 있어 전망이 밝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차기작인 <길드워>나 <알터라이프>, <시티 오브 히어로즈>에 대한 일본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내년에는 다양한 라인업을 내세워 혁신적인 모습의 온라인게임 그룹으로 출전하겠다"고 말했다.
엔씨재팬은 현장과 후쿠오카와 오사카의 넷카페(PC방)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리니지Ⅱ> 게임안에서 철인 3종경기, 몬스터 경주 등의 다양한 이벤트를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후쿠오카와 오사카의 넷카페에서는 이벤트 참가비(1000엔)를 별도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지역별로 1000명이 넘게 참가해 <리니지Ⅱ>의 인기를 짐작케 했다.
▲열도를 장악한 게임한류
일본 동시접속자 10만 명 시대를 연 대표적인 한류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그라비티는 24일 현장에서 차기작 <로즈 온라인>의 일본 공개 시범서비스 시작을 전격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깜짝 공개된 <로즈 온라인>은 반나절만에 동시 접속자수 6500명, 회원수 1만2000명을 돌파하는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세계적인 개임메이커 세가는 한국의 게임업체 제이씨엔터테인먼트와 합작으로 개발중인 온라인게임 <쉔무 온라인>의 게임플레이 화면을 최초로 공개하면서 300억짜리 초특급 프로젝트의 전모를 드러냈다. 네오위즈의 신개념 온라인게임 <요구르팅>은 일본 온라인 배급사 겅호 온라인과 양해각서를 맺고 일본 진출의 첫 단추를 채웠다.
이런 한류열풍에 맞서 일본의 대형 게임업체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았다. 스퀘어 에닉스는 <파이널 판타지 11>의 두번째 확장팩과 <프론트 미션 온라인>을 공개했고 이어 아틀러스의 <진·여신전생 온라인 이매진>, 코에이의 <대항해시대 온라인>, 반다이사의 <건담 온라인> 등이 줄줄이 참가했다. 도쿄게임쇼 2004의 온라인게임 출품수는 80개로 지난해의 51개에 비해 부쩍 늘어났다.
엔씨재팬의 윤장열 부장은 "<리니지Ⅱ>가 일본의 전형적인 문화에 기대지 않고 순수 콘텐츠만으로 자리를 잡아 기쁘다. 아직 일본인들은 게임 속 혈맹(공동운명집단)에 익숙지 않아 이런 모임 문화를 정착시키는 쪽으로 노력하면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일본) 글·사진=이재진 기자<ziney@ilgan.co.kr>
* 닌텐도 vs 소니, 정면대결 무산(일간스포츠 10/4)
게임쇼 불참-참가 독자적인 영업전략
닌텐도와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 정면대결은 결국 무산됐다.
닌텐도와 SCE(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는 보이지 않는 치열한 공방전을 주고받으며 일진일퇴의 싸움을 거듭했다. 먼저 '한 방'을 날린 쪽은 닌텐도였다. 닌텐도는 SCE가 비즈니스 브리핑을 하던 21일 자사의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의 가격과 발매일을 인터넷에서 깜짝 공개했다. 12월 2일 일본 현지 발매에 소비자가격 1만 5000엔(약 15만 원).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닌텐도는 이어 도쿄게임쇼에 참가하지 않고 별도의 자체행사와 지역별 실제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실속파'를 선택했다. 이와는 반대로 SCE는 도쿄게임쇼에서 휴대용 게임기 'PSP(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를 대대적으로 일반공개하는 '정석파'를 택했다. 이 자리에서 <메탈기어 에시드> <모두의 골프 포터블> <진·삼국무쌍> 등 기대작 수십 개가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가격과 발매일 발표는 없었다.
이제 닌텐도와 SCE의 공방전 최대변수는 PSP의 가격과 발매시점이 됐다. 닌텐도는 저가에 발매될 DS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덩달아 주식까지 오르고 있다. 반면 PSP는 '제조원가가 50만 원이 넘는다' '소비자가격이 30만 원대다' 등 악성루머에 시달리고 있어 발매정보 공개에 대한 부담이 더해지게 됐다.
한편 닌텐도DS는 듀얼 스크린과 스타일러스 팬을 이용한 터치스크린 기능의 장점을 살려 < PictoChat >이라는 그림채팅 프로그램이 내장되는 것으로 확정됐다. 이것을 이용하면 무선랜으로 30m 반경에서 최대 16명까지 동시에 채팅을 할 수 있다.
미국에서 11월 21일에 149.99달러로 먼저 발매되는 닌텐도DS측은 당초 예상했던 회계연도 내 350만대 목표를 400만대로 올려잡는 등 여론의 기대감 속에 한껏 고무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PSP의 국내발매는 2005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다.
도쿄=이재진 기자 <ziney@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