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국내 온라인게임업계가 지각변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의 대표장르로 군림하던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들이 경쟁 격화로 주춤하고 있는 반면 캐주얼게임들이 넓은 사용자층을 기반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실적에서 그동안 고속성장을 질주하던 엔씨소프트가 주춤한 가운데 넥슨이 큰 폭의 성장을 이루었고, 웹젠은 상장 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MMORPG의 대명사인 엔씨소프트의 위상이 흔들리고, 2위 업체인 웹젠이 예상외의 타격을 받은 것이다. 반면 넥슨은 웹젠과의 격차를 확실히 벌리며 부동의 선두인 엔씨소프트의 위치까지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올 1분기 매출 603억원, 영업이익 213억원, 경상이익 173억원, 순이익 126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경상이익과 순이익은 12%와 6% 증가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와 1% 감소한 실적이다. 지금까지 매번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하던 성장세와 비교했을 때 의외의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
웹젠의 실적은 더 충격적이다. 웹젠은 올 1분기 매출 93억원, 영업손실 1억5000만원, 경상이익 9억원, 순이익 3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14%가 감소했으며, 코스닥 상장 이후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이익과 순이익도 45%와 75%씩 감소했다.
◆ 넥슨, ‘카트’ 등 캐주얼 게임으로 급상승
반면 넥슨은 매출 539억원, 영업이익 216억원, 순이익 159억원의 1분기 실적을 기록,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엔씨소프트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오히려 더 많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엔씨소프트와의 매출 격차가 2배 이상이었음을 감안할 때 괄목할 만한 성장세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가 2500억원 가까운 매출에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때, 넥슨은 매출 986억원에 영업이익 230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 중반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넥슨의 ‘카트라이더’는 개인을 상대로 한 매출만 월 3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다른 게임들과 통합 과금하고 있는 PC방 관련 매출을 합치고, 캐릭터 등 관련 사업을 합친다면 카트라이더의 매출을 50억원까지 보기도 한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하나만으로 올해 400억원에서 많게는 6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산이 나오는 셈이다. 넥슨은 카트라이더뿐 아니라 캐주얼 RPG의 개척자 격인 ‘메이플스토리’ 등 다양한 수익원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MMORPG 시장의 경쟁 격화
엔씨소프트가 주춤하고 웹젠이 상장 후 첫 적자를 기록한 가장 큰 요인은 두 회사의 텃밭인 MMORPG 시장의 경쟁 격화때문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MMORPG 시장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시리즈로 부동의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웹젠이 ‘뮤’로 뒤를 따르는 모양새였다. 두 회사는 한달에 3만원 가까운 회비를 내는 수십만명에서 많게는 백만명이 넘는 회원들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부터 사정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CCR는 지난해 10월, 5년간 준비한 ‘RF온라인’을 유료화하며 ‘리니지’ 시리즈의 반 가격을 제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11월에는 ‘스타크래프트’의 개발사 블리자드가 개발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가 공개시범(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 경쟁을 더욱 격화시켰다.
이러한 MMORPG 시장의 경쟁 가열현상은 올해도 이어졌다. WoW가 1월 하순 유료화를 단행한데 이어 인터넷업계의 강자 NHN마저 ‘아크로드’의 공개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며 MMORPG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하순부터 나온 이들 MMORPG들은 개발비용만 백억원을 훌쩍 넘는 대작들이다. 현재 국내 MMORPG 시장은 관객수가 한정된 시장에 한꺼번에 블록버스트급 영화들이 개봉되며 시장이 순식간에 포화상태가 돼 버린 것과 같은 모습이다.
전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