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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의 게임산책]’제이드 엠파이어` vs `바즈 테일`

Editor.zuke 2005. 5. 2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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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의 게임산책]’제이드 엠파이어` vs `바즈 테일`
출처디지털타임스 5/20


신비로운 ’동양무술’

좌충우돌 ’서양기사’


롤플레잉 게임의 매력 중 하나는 게임이 마련한 낯선 세계에서의 삶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낯선 세계를 짧은 시간 안에 충분히 경험한다는 건 있을 수 없겠지만, 대신 롤플레잉 게임은 이야기를 통해 이 세계의 모습 곳곳을 보여주려 애쓴다. 그래서 좋은 롤플레잉 게임은 언제나 게이머에게 완전히 새로운 삶의 경험을 제공하곤 한다. X박스로 출시된 `제이드 엠파이어'나, 플레이스테이션2의 `바즈 테일' 역시 이런 삶의 경험을 제공한다. 그것이 동양이건 혹은 중세의 서양이건 충실한 세계가 제공하는 즐거움은 차이가 없다.


`바이오웨어'가 만들어낸 동양의 신비 `제이드 엠파이어'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기사단' 시리즈를 통해 `던전 앤 드래곤스'의 룰을 다양한 세계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바 있는 바이오웨어가 이번에는 동양 세계에 도전을 한다. 당연히 동양의 무술이 게임 시스템에 중요한 요소가 돼야 하고, `스타워즈'에서 포스와 마찬가지로, 여기선 `기'가 중요한 개념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과연 서양의 전투와 다른 동양의 무술이라는 느낌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제이드 엠파이어'에서 사용한 것은 크게 세 가지의 방법이다. 우선 먼저 전투 시스템을 이전의 다른 게임과 같은 자동 턴 방식이 아니라 액션 롤플레잉 게임의 방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무술은 스테이터스를 바꾸면서 점차로 늘어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게이머 자신이 기술을 늘려 나가야지만 그 느낌을 살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같은 기술이라도 플레이를 해가면서 유효 적절하게 사용하는 능력이 길러지는 지금의 시스템이 한결 재미있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또 하나는 여기서 무술이 무한대로 사용될 수 없다는 의미에서 `피로도'에 해당하는 개념인 `집중력'을 집어넣은 것 역시 중요하다. 같은 무기를 사용해도 집중력이 높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를 나누는 건 플레이의 긴장감을 높여준다.


끝으로 이전의 다른 게임에서도 다양한 기술이 사용되었지만 여기서는 무술의 체계 속에서 배치하고 구성해 게이머에게 무술들을 선택하게 했다는 점 역시 자신만의 스타일로 무술을 발전시켜나가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핵심 뼈대가 되는 전투 시스템이 이처럼 동양의 무술을 배우고 성장해나간다는 점을 잘 살리고 있지만, 이런 핵심 시스템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사소하지만 세심한 장치들이다. 게임을 진행하면 곳곳에 놓여 있는 길잡이 책들이 있다. 이 책들에는 다양한 동양적 세계관이나 사유가 담겨져 있다.


뭐 우리에게는 크게 낯선 것이 아니지만, 이 게임을 접한 서양 게이머라면 이런 이야기들이 어색할 수도 있을 텐데, 이런 시스템을 통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작지만 여기에 경험치도 둠으로써 일부러 찾아보게 만든 점도 세심하다.


엔진을 파워 업해서 만들어낸 화사한 동양적 자연과 사람들의 얼굴 하다 못해 로딩에 있는 삽화까지 겉모습만 동양인 황당한 물건이 아니라 진짜 동양적 세계를 그리고 싶다는 열의가 느껴지는 건 게임의 재미를 더하게 해준다.


익살로 가득 찬 황당한 모험 `바즈 테일'


언제나 게임에서 만나는 중세는 마왕이나 폭군의 손안에서 바람 앞의 등불이고, 게이머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운명을 타고난 인물이다. 멋지기는 하지만 이 세계의 뒤에서 지저분하고 조그마한 욕심에 목숨을 다투었을 실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는 없다. 그리고 게이머라면 한 번쯤은 이런 실제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수요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은 간단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 실제의 삶을 그린 게임은 너무나 궁핍하고 초라할 것이기 때문이다. 보다 지저분하고 엉성할 뿐, 굳이 게임속 세계를 따라가지 않아도 현실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운명을 타고나지 않은 주인공이 이 큰 세계에서 무얼 할 수 있겠는가.


`바즈 테일'은 이런 롤플레잉 게임 제작자와 게이머의 믿음을 사정없이 깨뜨린다. 운명의 대결 앞에 선 고독한 영웅의 모습으로 시작하지만, 그의 과거는 참으로 하찮다. 쥐 한 마리를 미끼로 협잡을 벌이거나, 허접한 수작과 함께 여성들의 가슴만 쫓아 다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게이머는 기가 막히게 된다.


이처럼 허접한 주인공을 움직이며 플레이를 해야 하나 하며, 게이머는 한 숨을 쉬게 된다. 하지만 상황을 설명해주는 나레이터의 익살맞은 멘트와 이 멘트에 투덜대는 바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게임을 계속 진행하게 된다. 게이머는 바즈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게임의 수행자보다, 바즈의 모습을 보면서 즐기는 희극의 관객이라는 위치에 더 매료되게 된다.


이런 관객으로서의 게이머를 더욱 만족시키는 건 게임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마을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두 지저분하고 괴팍스럽다. 마을 곳곳에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의 위험이 있지만, 그것은 이제 너무 당연히 세계의 일부분을 구성하는 것으로 느낄 뿐이다. 그저 해학과 농담거리일 뿐이다. 이 추하고 지저분한 인물들에게 애정이 샘솟고 그들이 털어놓는 고민을 어떻게든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더 이상 그들이 영웅 전설의 부속이 아니라, 남 눈 신경 쓰지 않는 생활인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놀랄 정도로 자주 있는 로딩과 애매한 시점 때문에 적에게 두들겨 맞아야 하는 상황만은 어딜 봐도 불편하지만, 이런 익살스럽고 동시에 먼 나라의 전설이 아닌 생활의 이야기가 주는 매력은 그 불편함을 넘어서기에 충분하다.


게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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