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NPC 게임 재미 '쑥쑥'
온라인 게임의 NPC들이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한 자리에서 물약과 같은 아이템이나 팔고사는 단순한 기능만을 수행하던 NPC들이 퀘스트를 주기도 하고 게이머들을 통제하기도 한다. 또 NPC로 등장하는 몹은 다른 일반 몹들을 대동해 게이머들을 공격해 치명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NPC들의 지능이 높아지다 보니 당연히 게이머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고 재미는 더욱 늘어나게 됐다. 갈수록 강력해 지고 있는 NPC들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NPC(Non Player Character)는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아닌 캐릭터를 이르는 말. 과거 온라인 게임의 NPC들의 역할은 단순명료했다. 즉, 제자리에 붙박이로 자리잡고서 물약이나 무기, 방어구 등과 같은 아이템을 사거나 파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고 게이머들의 게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더 이상 NPC는 단순한 매매소(?) 역할에 머물지 않고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게임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 게이머 통제하는 NPC
NPC는 이제 물약을 내놓으라면 내놓고 사라면 사는 수동적인 존재가 더 이상 아니다. 최근의 온라인 게임에서는 NPC가 게이머를 통제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월드오프워크래프트(WOW)’는 중립지역에서 NPC들이 게이머들 간에 벌어지는 싸움을 뜯어말린다. 일례로 가젯잔의 투사들은 게이머가 상대진영의 게이머를 공격하면 즉시 달려들어 게이머를 공격한다.
‘천도온라인’도 비슷하다. 이 게임은 라이브캐릭터시스템이라는 독특한 NPC시스템을 운영한다. 게이머들은 커뮤니티 활동 정도와 퀘스트의 이행 능력을 중심으로 포인트를 부여받게 되는데 NPC들은 이에 따라 해당 게이머에게 독특한 행동을 보여주고 전투 또는 거래시 플레이어가 의도하지 않은 돌발행동을 할 수도 있다. 이 게임은 또 NPC의 AI에 의해 제어되는 파벌 및 통시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NPC들은 파벌관계에 따라 게이머들을 공격하거나 아니면 도와주기도 한다.
‘구룡쟁패’에 등장하는 NPC들의 인공지능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NPC들이 플레이어의 성향과 명성에 따라 행동과 반응에 차이를 보인다.
# 게임진행에 큰 영향
특정 게이머에 따라 반응을 달리하는 NPC들이 등장하는 게임은 보다 전략적인 플레이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 게이머들은 NPC와의 관계에 따라 게임 진행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NPC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진다.
일례로 ‘마비노기’의 경우에는 노라는 빵, 라사는 촛대와 여성용 속옷 스튜어트는 세계의 명시 등 각각의 NPC가 좋아하는 아이템이 따로 있어 이들과 친해지려면 이같은 아이템을 갖다 바쳐야 한다.
‘WOW’에서는 중립지역에서 NPC와 비우호적인 관계가 되면 무조건 공격을 받게 돼 해당지역에 출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립지역에서 PK를 시도하다 NPC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면 맞서지 말고 무조건적으로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다. 죽기 싫다고 NPC를 맞받아쳐 죽이고 이같은 일이 몇 번 반복되다보면 해당지역에 비우호자로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 NPC로 거듭나는 몹
지금까지 온라인 게임의 이름 없는 몹들은 제자리에 서서 게이머들에게 무수히 얻어맞고 아이템이나 뱉어내는 어찌 보면 불쌍한(?) 희생양들이었다. 하지만 몹들 중에서도 이름이 붙여져 캐릭터화된 몹, 즉 NPC로 등장하는 네임드몹 역시 똑똑해지긴 마찬가지다.
‘WOW’에서 상당수의 네임드몹은 한정된 공간에서 왔다갔다만 하는 이전의 몹들과는 다른 복잡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일례로 중요한 서류를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급사’라는 네임드몹은 아라시고원에서 사우스쇼어까지, 즉 한맵에서 다른맵에 이르는 장거리 여행에 나선다. 특히 급사는 경호원을 대동하고 다니는데 게이머가 급습하면 경호원을 지휘해 강력히 저항한다. 또 이 게임에서는 NPC를 구출해오는 퀘스트가 다수 존재하는데 NPC들을 호위하다가 몹을 마주치게 되면 똑똑한 NPC들이 같이 몹을 잡아주기도 한다.
‘구룡쟁패’에 등장하는 몹 역시 이동모드가 있어 상황에 따라 걷고, 달리고 쫓아오거나 도망가기도 한다. 문파도 존재해 우두머리 몹의 명령에 따라 다른 몹들이 명령을 따르고 동족의식에 따른 행동의 변화를 보여준다.
# 용병으로도 활동하는 NPC
용병 NPC들은 게이머의 전투에 함께 뛰어들기도 한다.
‘A3’에서는 NPC가 용병으로 나서는 용병시스템이 존재한다. ‘A3’의 용병은 게이머가 자신의 클래스를 보완하는 서브클래스로 키워 탱커로, 힐러로 또는 데미지딜러로 활용할 수 있도록해준다. 용병은 게이머가 전사, 성기사, 법사, 궁사 등 4가지 클래스중 하나로 직접 육성할 수 있는 보조 캐릭터이지만 게이머가 직접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에 의해 스스로 적을 공격하는 일종의 NPC다.
‘WOW’에도 A3의 용병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소환수가 존재해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NPC가 PC를 닮아가면서 게임내에서는 게이머가 NPC를 PC인줄 알고 몇 번씩 말을 걸어보는 해프닝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기도 한다.
앞으로 NPC의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더욱 발전할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향후 등장하는 게임의 NPC들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게이머들을 놀라게 할지 궁금하다.
WOW를 통해 본 NPC의 세상
게이머 희롱에 화까지 내는 NPC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십니까.”
“왜 이러십니까.”
“그만 하시라니까요.”
‘WOW’에 들어가 NPC를 건드리면 듣게되는 음성이다. 그만두라는 대화를 무시하고 계속 NPC를 클릭하다 보면 나중에는 화까지 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리저리 맵을 돌아다니면서 중요 도시에 자리잡은 각종 NPC를 건드리고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제법 재미가 쏠쏠하다.
‘WOW’에 등장하는 NPC들의 진면목을 보려면 호위 퀘를 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NPC ‘샤이 리프러너’를 호위하는 페랄라스지역 퀘스트인 ‘방황하는 샤이’. 까마귀바람 폐허의 샤이 리프러너는 궤짝에서 종을 꺼내어 자신을 무쇠이빨의 야영지까지 호위해 줄 것을 부탁한다.
샤이 리프러너 바로 뒤편의 퀘짝을 클릭하면 얻게 되는 샤이의 종을 클릭하면 샤이가 따라온다. 샤이는 주위가 산만한 데 정도가 지나친 편이다. 조금 가다보면 어느새 이 NPC는 딴 짓을 하고 있다. 다시 종을 울려야 따라오기 시작하고 몹이 달려들면 전투를 거들기도 한다.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며 게이머들을 웃음짓게 만드는 개성만점의 NPC들도 ‘WOW’의 자랑거리. 얼라이언스 휴먼 종족의 최대 도시인 스톰윈드의 관문인 상업지구에 들어서면 아이들을 이끌고 나들이가는 선생님 NPC가 한눈에 들어온다.
또 상업지구에서 구시가지쪽으로 이동하다보면 대운하 인근에서 인형을 빼앗아 달아나는 오빠와 이를 쫓는 누이가 눈길을 끈다. 또 애완 고양이를 파는 소년도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한자리에 서서 고양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스톰윈드 전지역을 떠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고양이를 사기 위해 스톰윈드를 몇시간씩 뒤졌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돌 정도다.
최근에 등장하는 온라인 게임의 NPC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한 모습을 보여준다. NPC가 온라인게임을 더욱 할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황도연기자(황도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