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애니메이션 인기 캐릭터 열혈층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모에' 관련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하마긴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03년 `모에' 관련 시장규모는 888억엔으로, 같은 해 907억엔을 기록한 휴대전화 벨소리 관련시장 규모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하마긴연구소는 1990년대 후반 이후 휴대전화와 인터넷의 급속 보급으로 정보인프라를 이용한 콘텐츠 활용이 확대되면서 콘텐츠상품 소비자로서의 `오타쿠' 층이 주목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타쿠'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의 마니아를 가리키는데 이들이 콘텐츠 마케팅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 96년에 걸쳐 방송된 TV애니메이션 `신세기에반게리온'의 대히트이다. `에반게리온'은 TV애니메이션 외에도 소위 오타쿠 용으로 제작된 오리지날사운드트랙(OST)ㆍ만화책ㆍ피겨(인물모형) 등 다양한 캐릭터상품으로 출시되면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인터넷 보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이들의 움직임이 현재화되면서 콘텐츠 관련시장에 대한 영향력도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인터넷으로 같은 취미와 기호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 손쉽게 관련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되면서 소규모 동호인모임에서 대규모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됐다. 또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오타쿠 가운데서도 `모에'로 불리는 열혈층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에'는 원래 `싹트다, 움트다'는 일본어 동사 모에루(萌える)에서 유래한 말로, 애니메이션ㆍ게임ㆍ코믹만화 등의 캐릭터에 애정을 표현하는 말로 쓰인다. 특히 귀여운 미소녀 캐릭터에 대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휴대전화ㆍ메일ㆍ인터넷 보급에 따라 사용빈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현재는 특정 캐릭터에 한정하지 않고 캐릭터의 외형적 특징ㆍ성격ㆍ직업ㆍ사회적 지위 등 속성에 대한 기호를 표현하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하마긴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03년 서적(만화)ㆍ영상ㆍ게임 등 모에 관련 시장규모가 888억엔 가량될 것으로 추산됐다. 구체적으로는 서적이 273억엔, 영상 155억엔, 게임 460억엔이다.
오타쿠와 모에는 자신의 취미와 기호에 몰두하는 데서 일반 소비자들에 비해 상품의 질에 대해 엄격한 반면, 일단 그 가치를 인정하면 적극적인 지지자가 된다. 이 때문에 상품 판매 전 매출을 예측하기 어려운 콘텐츠시장에서 이러한 강력한 지지자를 확보한다는 것은 수익 안정화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오타쿠와 모에층에 대한 관련업체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마긴종합연구소는 "오타쿠와 모에층의 심리나 행동을 충분히 파악해 틈새시장의 잠재적인 수요를 개척하는 것은 저 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추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관련업체들이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하는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