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 게임 시장 강타
게임 CP들 대책 마련에 부심
“최근에 ‘헬로키티타이쿤’ KTF 랭킹이벤트를 실시했는데…, 1~10등까지 상품주는 이벤트와 100명을 무작위 추첨해서 상품 주는 이벤트 두가지였습니다. 그런데 KTF 조회 결과, 2등과 10등을 차지한 유저가 불법복제 유저더라고요. 점입가경인건 무작위 100명 중에 51명이 다운로드 로그가 없습니다. 즉 불법복제 유저입니다. 너무 심한 것 같아서 혹시 로그가 누락된건 아닌지 통신사에 연락 중입니다.”
모바일 게임의 불법 복제 이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불법 복제가 만연해 있다’ 정도에서 이제는 그 규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E모바일 게임 개발사가 겪은 ‘100명중 51명이 복제’ 경험은 모바일 게임 업계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개발사마다 “설마했지만 이 정도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모바일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생각보다 넓게 퍼져 있을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나타난 수치를 보니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렴풋하게 느끼던 두려움이 이제는 직접 눈 앞에서 벌어지고 현실이 됐다.
# 불법 복제 산업뿌리 흔든다
1년전 퀄컴의 전문가용 개발도구 ‘QPST(Qualcomm Product Support Tool)’가 일반에 유출되면서 드러나기 시작한 모바일 게임 불법복제 문제는 이어서 만화나 소설 등의 무선 서비스를 위해 개발된 ‘e-Book Maker’ 등 상용화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무작위로 이뤄지면서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모바일 게임 시장을 커다란 혼란에 빠트렸다.
문제는 당시나 지금이나 뾰족한 대책 내지 근절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모바일게임산업협회와 100여개 회원사들은 지난 3월 임시총회에서 불법 복제가 모바일 게임 산업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의 단속에 앞서 협회 차원에서 고소 고발 등 직접적이고 강력한 대응에 나선 바 있다. 그동안 인터넷에서 불법복제 및 유통되고 있는 3000여건의 모바일게임에 대한 증거자료를 수집했고 이 중에서 단순 호기심 차원을 벗어나 심각한 수준이라 판단되는 사이트 운영자 15명을 서울지방검찰청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플랫폼, 어플리케이션, 서버 3개 분야 모두에서 불법 복제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이동통신사의 협조를 통해 신규 단말기는 물론 기존 단말기까지 불법 복제 이용을 억제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았다.
이와관련 KTF에서는 자사 브루에 대한 불법복제 방지 모듈 개발을 완료, 이달부터 적용하는 성과를 얻어냈고 WIPI 버전 1.2 이상에 대해 단말기 개발사와 공동으로 불법복제방지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기타 콘텐츠 거래 활성화를 위한 DRM 적용도 추진 중이다. 나아가 몇몇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은 일반 사용자의 불편과 인증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선인터넷 요금 부담 등에서 커다란 논란이 예상되는 정품 인증 방식의 시행까지 고려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불법복제 게임은 계속 확산됐고 신규 출시 게임까지 단 2∼3일 만에 불법 다운로드 리스트에 오를 정도로 그 폐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급기야 지난해 대비 게임당 평균 다운로드 수가 감소한 것에 대해 시장 정체로 인한 불가피한 현상으로 파악해 온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은 이 같은 불법 복제가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오재호 일렉트릭아일랜드 부사장은 “업체별 게임 매출 감소는 경기 불황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파악되지만 불법 복제의 확산도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며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벤트 참여 유저의 절반이 불법 복제였다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 CP들 해법 찾기에 발벗고 나서
과거 불법복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퀄컴의 몫이라는 지적은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당시 QPST 배포 때는 온라인 인증을 받거나 인증받은 PC에서만 돌아 갈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은 논의 됐으나 이미 QPST가 일반에 광범위하게 유출돼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단말기의 기능을 통제하는 방안 역시 녹록치 않다. 기존 단말기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무선인터넷에 접속하지 않는 한 제어하기 어렵고 무선 인터넷 접속을 통한 어떤 인증 솔루션 역시 또 다른 불란의 소지를 안게 된다. PC를 통제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강제 사용자 인증코드는 어떤가. 게임 실행 전에 한 번은 강제로 서버에 접속해 인증코드를 받도록 하는 방법이지만 불법유통과 관계없는 다수의 일반 고객들에게 큰 불편을 주게 되고, 특히 이통사들이 CP들에게 다운로드 고객 정보를 제공하거나 다운로드 때마다 제품 번호를 발급해줘야 하는 점에서 시스템상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고객과 시스템에서 느끼는 이통사들이 부담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
마지막으로 게임 불법복제의 주체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일이다. PC게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불법 유통 당사자를 철저히 추적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법 복제 게임을 찾고 이용하고 유포하는 유저에게 어떤 식으로든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불법복제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사라지지 않았다. 잠시 숨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리고 올들어 나타나는 각종 불법 복제 이용 사례는 사라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더욱 교묘하게 숨어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혹자는 “불법 복제 게임을 이용할 경우 단말기 자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을 유포해 사용자의 건전한 게임이용환경을 조성해보자”는 견해도 내보지만 그런 방지프로그램이 실제로 단말기에 치명적인 결함을 줘도 문제이고, 그렇지 않아도 허위사실로 문제가 된다.
# 단속 비웃는 복제 유포 채널들
건당 2000원 짜리 모바일 게임이 불법 복제에 노출되기 시작한 것은 짧은 모바일 게임의 역사만큼 금새 찾아왔다. 마치 채 피어보지도 못한 채 시들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 모바일 게임 시장이다. 방치하면 PC게임 전철을 밟아 산업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귀에 못이 밖힐 만큼 많이 들려오고 있다.
불법복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 속에서 현재 개발사들이 생각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방안은 포털사이트의 적극적인 협조다. ‘둘중 하나는 복제’였다는 경험을 공유한 모바일 CP들은 이를 계기로 소리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하루 수십개씩의 불법복제 유포 채널을 조사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복제 게임명과 다운로드 수를 확인한다. 하지만 내부 제보와 인터넷 검색만이 유일한 수단이다. 내부 제보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검색에 걸리지 않으면 더이상 캐낼 방법이 없다.
몇몇 복제물 유포자들은 단속에 걸렸으니 다른 곳으로 오라고 버젓이 밝혀놓는다. 특히 P2P 방식의 파일 공유 프로그램에 모바일 게임 복제물이 올라오면 유포 책임자를 찾기도 어렵다.
오성민 모바일게임협회장은 “과거 모바일 불법복제 채널을 조사할 때도 개인적으로 아는 모바일 게임 마니아를 찾아가 설득한 끝에 몇몇 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조사해서 불법임을 입증하는 자료를 확보해 통보해주면 조치하겠다는 포털 사이트의 태도는 너무 소극적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이러한 채널을 찾아 경고 및 폐쇄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동식기자(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