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수 통신ㆍ콘텐츠부 기자
요즘 들어 e스포츠에 대한 정치권과 기업들의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e스포츠가 디지털 시대를 대표할 만한 문화현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데다, 청소년과 젊은층의 새로운 여가 문화로까지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오히려 e스포츠가 신세대를 대표하는 인기 스포츠 장르이며, 한국은 대외적으로는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 불리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만 다수의 프로게임 대회는 물론 각종 세계대회까지 만들어지고 있을 정도로 e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와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 같은 인기의 확산과 함께, 세계대회가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국제 게임대회를 살펴보면 2000년부터 삼성전자와 문화관광부가 e스포츠 종주국을 기치로 내 걸고 창설한 월드사이버게임즈(WCG)를 우선 꼽을 수 있다. 또한 지난해 국내 벤처기업에 의해 창설된 월드e스포츠게임즈(WEG)를 비롯해 국내의 한 콘텐츠 퍼블리싱 업체가 중국공산당청년단과 공동 추진하는한ㆍ중 사이버 게임대회(CKCG)도 있다. 오는 8월에는 부산시에서 제1회 세계 사이버 에듀게임대회(WCE)를 개최할 예정이기도 하다.
물론 e스포츠와 관련해 다양한 국제 행사가 만들어지는 것은 e스포츠 분야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자칫 정치적 선전도구로 전락하거나 특정기업이나 지자체의 수익 모델로 변질될 경우, 그간 e스포츠 성장을 위해 기울여 왔던 정부 및 해당분야 관계자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뿐 아니라 점차 높아지고 있는 일반인의 관심이 급격히 식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한 필요가 있다.
실제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국제대회 가운데 정치인이나 지자체와 무관하게 순수 스포츠행사로 진행되는 곳은 거의 없다. 또 이 분야를 대표하는 민간기구인 한국e스포츠협회의 인증을 받고 진행되는 대회도 사실상 없다.공인 대회 인증을 하는 협회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대회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협회 인증 없이 치러지는 대회의 경우, 프로게이머 출전 등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제대로된 대회를 만들 수도 없다. 따라서 이 같은 대회가 우후죽순처럼 열린다면 결과적으로 e스포츠 분야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지금처럼 여러 곳에서 각종 국제대회가 제각각 추진되는 상황이라면 2기 한국e스포츠협회 출범식 때 "한국을 e스포츠 종주국으로 만들어 가는데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던 정부측 인사나 국회의원들의 호언장담도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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