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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의 게임산책] 슬라이쿠퍼2-잭3

Editor.zuke 2005. 6. 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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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의 게임산책] 슬라이쿠퍼2-잭3
출처디지털타임스 6/3


너무 친절해서 아쉬운… `슬라이 쿠퍼 2'

‘미션’ 덕분에 변해버린… `잭 3'


선 몇 개를 보면서 건물을 그리기도, 때로는 무너져 가는 지구를 떠올리기도 했던 건 그리 먼 일이 아니다. 컴퓨터가 지닌 표현 능력의 한계가 게임 제작자나 게이머의 상상력의 한계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때의 허기짐 때문일까. 게임은 언제나 다른 영상 매체를 질투하고, 모방한다.


그토록 많은 게임들이 이런 시도들 속에서 자신이 쌓아올렸던 명성을 잃고 악명을 뒤집어썼음에도 이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발전하는 그래픽 표현 능력과 함께 이 욕망은 더 커지기까지 한다. 바이러스처럼 다른 게임들로 확장된다.


`잭 3'와 `슬라이 쿠퍼 2'는 모두 고전적 플랫폼 액션 게임으로부터 진화했다. 2, 3이라는 숫자가 보여주듯 전작들이 대중적 사랑을 받았던 게임이다. 하지만 시리즈가 진화하면서 이 게임들은 각기 진화의 방향을 선택한다. 그런데 그 선택은 과연 올바른 것일까.


`잭 3' 스펙타클이 게임의 호흡 보다 중요한가.


어느 사이 PS2 진영의 플랫폼 액션 게임에서 결정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 너티독의 `잭' 시리즈는 3편에 이르기까지 쉴 새 없이 발전해 왔다. 가장 중요한 발전의 방향은 그래픽과 그 그래픽을 통해 경험되는 스펙터클이다. 아라비아의 사막을 보면서 그 이국적 풍모와 규모에 감동했을 수십 년 전의 영화 관객들처럼, 지금의 게이머들은 TV 앞에서 `잭' 시리즈에 감동한다.


1편에서의 `잭'은 플랫폼 액션이 3D로 진화할 때 무엇을 필요로 하는 지 가장 잘 보여준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3D라는 환경이 만들어 내는 탐색의 무정형적 공간에, 점프와 장애물로 만들어낸 리듬감이 즐거움이라는 형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즐거움은 `슈퍼 마리오 브러더스'에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었던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1편의 이런 결합은 2편에서 서서히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2편이 자랑하던 어두운 도시 공간과 그 골목골목을 빠르게 이동하는 카메라워크는 게이머에게 안정된 게임의 호흡과 리듬감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균열은 3편에서 정점에 이른다. 3편은 그래픽 퀄리티만을 따진다면 2편보다 발전했다. 게다가 같은 장면을 표현할 경우에도 배경의 깊이 등에서 월등하기 때문에 게이머는 게임이 제공하는 공간에 깊이 빠져들 수 있다. 문제는 게이머에게 스펙터클을 제공하는 이런 넓은 공간을 어떻게 채우는가 하는 문제다.


`잭 3'의 해결책은 많은 게임 스타일을 담고 있는 미션들을 게임을 잘게 나누는 방식이다. 이 게임 각각은 마을을, 사막을, 도시를 누비게 만들어 게이머가 게임이 제공하는 세계를 즐기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하지만 대신에 이렇게 나눠진 미션들 덕분에 게임은 하나의 긴 호흡을 가지면서 스스로의 스킬을 단련시키는 플랫폼 액션의 전통으로부터, 스테이지 클리어의 버라이어티 게임 스타일로 변하게 된다.


하나의 게임에서 여러 가지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집요하게 하나의 스킬을 몸에 익히던, 그 쉬워 보이는 점프 하나의 정확한 타이임을 찾기 위해 몇 십 시간씩 플레이하던, 그런 게임의 전통은 사라져 버린다. 이 쯤 된다면 게임이 영상이 제공하는 감동을 느끼기 위한 통로로 전락해버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슬라이 쿠퍼 2'만화의 느낌을 살려.


`잭' 시리즈의 스펙터클과 비교하면 `슬라이 쿠퍼 2'의 모습은 초라하다. 그래픽 퀄리티에서 그다지 나아진 점이 보이지 않고, 연출이나 혹은 화면을 잡아내는 스케일 역시 전편보다 뛰어나다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신 전작에서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는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다. 이미 전작에서도 전형적인 괴도물 애니메이션을 벤치마킹했지만, 이번에서는 장면 연출이나 각 스테이지별 진행에서도 이런 점을 발전시키고 있다. 넓은 공간을 제공해서 게이머를 어지럽게 하기보다는 좁은 공간에서 집중된 이야기의 진행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이야기의 강화는 사실 많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 채택하는 전략이지만, 사실 그다지 잘 이뤄지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게임이 참여자인 게이머로부터 패드를 빼앗게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수동적으로 동영상을 보는 게이머는 자꾸 끊어져버리는 게임의 맥에 짜증이 나게 된다. 하지만 `슬라이 쿠퍼 2'의 경우 이것을 슬라이의 파트너인 벤틀리의 개입으로 매끄럽게 풀어낸다.


어차피 도둑질 자체가 팀 플레이라는 걸 전제로 하면, 헤드쿼터에서 갖가지 데이터를 보면서 주인공에게 지시 혹은 지원을 하는 보조 요원이 필요하다. 이것은 많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익히 보던 장면들이다. 벤틀리가 이야기의 맥락을 집어줄 지라도 게이머는 이것을 자신에게 부여된 어떤 외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의 자연스러운 연장선 위에서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매력적인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무게 중심은 완전히 저연령 게이머 쪽으로 넘어가 버렸다. 게임의 전개에서 친절함을 넘어서 별 다른 공략이 필요 없을 정도의 설명이라든지, 한두 스테이지의 난관은 있지만 전반적인 난이도의 저하 등 말이다. 전편의 소비층이나 시장에 대한 분석에 기초한 것이겠지만, 이런 전환이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 고연령 게이머에겐 불만일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과도하게 시장의 안정성만을 노려서는 오히려 게임의 폭을 협소하게 하고, 게임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게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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