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우 그라비티 PD
일본의 한 월간지에 연재됐던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는 인기 있는 두 남녀 작가가 교대로 집필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한 회는 에쿠니 가오리가 여자(아오이)의 이야기를, 그 다음 회는 츠지 히나토리가 남자(쥰세이)의 이야기를 담담한 필체로 엮어내 많은 젊은 연인들에게 아쉬움과 감동을 전해준 작품이다. 이 얘기를 꺼낸 것은 냉정과 열정이 게임 개발에도 꼭 필요한 두 가지 소양이기 때문이다.
게임은 혼자서 뚝딱 만들어 내거나 혹은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개발자의 다양한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극도로 세분화된 전문기술이 합쳐져야 하는 고난이도 기술 상품이다.
때문에 게임은 예술성을 갖게되는 것이며, 개발자의 열정은 게임 개발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 요소가 된다. 국내 개발자 다수가 게임 개발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오늘날 게임산업을 이렇게 키워 놓은 것도 그들의 열정과 피나는 노력 덕분이다.
한편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냉정'한 선택과 판단이 필요하다. 기획에서 마무리까지 어떤 시스템을 버리고 취할 것인지 빠르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사용자 입장에서 자신이 개발한 게임을 평가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가 커지고 새로운 게임이 쏟아져 나오면서 개발자 스스로 냉정과 열정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온라인게임 강국이지만, 안으로 들어와 보면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 부족과 인력 부족, 인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게임 산업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게임 관련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질 높은 교육이 확대돼야 한다. 탄탄한 지식과 실무(냉정), 하고 싶어하는 의지와 하겠다는 도전(열정)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젊은 인재가 지속적으로 배출 될 때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는 최고의 게임이 탄생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