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이재진 기자] 유럽 게임의 심장부 영국이 '게임쇼 장미전쟁'에 휩싸였다.
매년 초가을이면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인 ECTS(European Computer Trade Show)가 열리는 영국 런던에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비슷한 성격의 대형 게임쇼 2개가 동시에 진행됐다. 15년째를 맞은 ECTS와 올해 처음 열린 EGN이 그것으로, 영국을 비롯 유럽의 게임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 비즈니스와 이벤트의 앙상블' EGN
게임쇼 대란을 촉발시킨 실질적 주인공 EGN(European Games Network)은 영국 내 세계적인 게임회사들을 회원사로 둔 ELSPA(엔터테인먼트&레저 소프트웨어 유통사 연합회)가 주관한 게임쇼다. EGN은 게임축제인 GSL(Game Stars Live)과 함께 열려 지루해 질 수 있는 비즈니스 행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GSL은 영국의 지상파 ITV의 인기 게임프로그램 <게임 스타스>(Game Stars)를 오프라인 행사로 확대시킨 것으로 EGN이 열린 런던 엑셀 전시장에서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개최됐다.
EA, 에이도스, 유비소프트, 아타리, 코나미, 비벤디 유니버설 게임즈,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게임사들이 참가해 게이머의 눈높이에 맞춘 쌍방향 이벤트 중심의 행사를 선보였다.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매일 게임대전, 라디오 방송국 주최 콘서트, 음악 공연, 게임대회 등이 진행됐으며 모든 부스에서 즉석게임대전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특히 하반기 기대작인 <헤일로 2> <페르시아의 왕자 2> <프로 에볼루션 사커 4> <젤다의 전설 이상한 모자> <번아웃 3> 등이 대거 공개돼 게이머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 ‘전통만 남은 그들만의 잔치’ ECTS
'세계 3대 게임쇼'의 옛 영화는 온데간데 없었다. 대형 게임유통사들이 불참한 ECTS 2004는 침울한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아무리 비즈니스 전문행사라고 해도 최소한의 볼거리가 있어야 관람객이 모이고, 사람이 모여야 게임회사 참가도 증가하는 기본적인 '게임쇼 성공 공식'을 몇 년째 외면한 결과이다.
그나마 월드사이버 게임즈(WCG) 2004 영국대표 최종선발전이 메인행사로 열렸지만 3일 내내 관람객 없이 선수들만 자리를 지킨 '그들만의 잔치'였다. 한국공동관으로 ECTS에 참가한 업체 관계자는 "이제는 ECTS에 나올 이유가 없다. 내년엔 EGN과 ECTS가 합쳐졌으면 좋겠다"며 "오후엔 어차피 사람도 없어 EGN 행사장에 가 볼 생각"이라고 말해 썰렁한 분위기를 방증했다.
▲ ‘검증’이 남은 EGN의 불안한 첫승
'15년 전통'과 '새로운 대안'의 1라운드에선 일단 EGN이 세몰이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민간기업인 CMP가 주관하는 ECTS와 달리 EGN은 '비영리 단체'를 표방하는 유통사 연합체 ELSPA와 영국 정부산하 해외협력 기구인 'Trade & Investment', 런던 개발청 'Creative London' 등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도 게임단체, 영국정부, 런던시가 의기투합한 EGN쪽으로 글로벌 게임사들과 주요인사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1회를 맞은 EGN도 지극히 형식적으로 참여했거나 아예 사람도 없는 빈 부스가 곳곳에 눈에 띄어 '실속도 있다'는 결과물을 제시해야 하는 숙제를 남겼다.
유럽은 지금 '게임쇼 전국시대'
현지에서도 영국 내란이었던 장미전쟁을 연상시키는 EGN과 ECTS의 경쟁을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유럽의 유력 게임지 MCV는 '새로운 시대인가? 창피한 쇼인가?'라는 제하로 EGN과 ECTS가 수개월에 걸친 소모적인 논쟁과 PR 경쟁 끝에 결국 함께 열리는 악수를 뒀다고 평가했다.
현지 게임계 한 고위 관계자는 NC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런던 사태'는 정말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독일의 레이프지그 게임 컨벤션이 오히려 낫다고 본다"고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한편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독일의 '레이프지그 게임 컨벤션'은 대약진을 거듭하며 유럽 게임쇼의 본고장 영국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8월 19일부터 22일까지 독일의 레이프지그에서 열린 게임 컨벤션은 총 관람객 10만 5000명, 취재인원 1700명(21개국), 일반 공개 이틀 만에 3만 6000명 관람 등 대성공을 거뒀다.
런던(영국)=글.사진 이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