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작은 혁명’ ‘소규모 인원으로도 개발 가능한 고수익 사업’
최근 모바일 게임에 집중된 관심들을 살펴보면 온통 긍정적인 장밋빛 전망뿐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우선 모바일 게임은 그다지 ‘혁명적인’ 솔루션이 아니다. 중국 진출도 국내 시장 침체에 따른 눈돌리기고, 소규모 벤처 창업은 아직 대기업 자본이 끼어들 정도로 파이가 매력적이지 못하다.
이런 문제들은 모바일 게임이 진정한 진검승부를 펼칠만한 경쟁력 있는 시장이 국내에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 서비스를 하려면 반드시 이동통신사 중 하나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해야 한다. 이는 게임을 즐기기 위한 이동통신망이 이들 3사 외에는 누구도 자유로이 접근할 수 없는 폐쇄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바일 게임을 비롯한 모바일 콘텐츠 업체들은 이들 3사와 협의, 자사 콘텐츠를 ‘망의 허락을 받아’ 서비스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바일 게임업체는 게임 경쟁력 확보보다는, 이동통신사 마케팅에 더 노력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통사 게임 메뉴의 1번과 2번 위치가 매출에서 무려 두배 차이를 불러올 정도기 때문다. 게임성과는 상관 없는 단지 ‘메뉴 위치’ 하나가 이렇게 큰 매출 차이를 만드니 기업들은 당연히 개발보다는 이통사 담당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의 경쟁력 확보는 뒷전에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바일 게임은 아직 그 ‘장르성’이 확보되지 않은 신생 장르다. 따라서 PC 게임의 인터넷 네트워크 플레이나, 콘솔 게임의 비디오 멀티플레이와 같은 독특한 키워드가 없다. 고작해야 휴대성이 극대화된 ‘한 손 플레이’인데 이는 휴대형 게임기나 PDA용 게임에서 이미 선보인 ‘휴대성’과 대동소이한 개념일 뿐이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시장이 제한되다보니, 기업들은 중국으로 대표되는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린다. 하지만 중국 또한 더는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바일 게임의 한·중 간 기술격차가 그다지 크지 않을 뿐더러, 자체 기술력을 확보해 오히려 한국을 공략할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해법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시장 경쟁력의 확보다. 이런 경쟁력은 기업뿐 아니라, 시장 자체에서도 나온다. 다른 시장들과 경쟁해 자신만의 독특한 경쟁 요소를 갖춘 시장들이 여럿 존재해야 기업들도 자유 경쟁을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MP3플레이어의 유통 채널은 전문 전자상가, 온라인 쇼핑몰, 홈쇼핑, 전자 대리점 등 매우 다양한 편이다. 각 채널은 고유한 장단점을 갖추고 있으며, 공급업체는 이 가운데 자사에 적합한 채널을 선택해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한다. 이때 시장은 중개기관에 그칠 뿐이며, 공급업체에 다른 채널 대신 자신만을 이용하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나아가 공급업체 스스로 인터넷 판매 등을 할 수도 있다.
모바일 게임 분야에는 아쉽게도 이런 경쟁력 있는 시장이 드물다. 모바일게임 유통 채널은 이통 3사의 수와 같은 3개다. 이 상황에서는 공급업체가 시장을 선택하기는커녕, 시장이 공급업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공급업체와 소비자의 직접적인 대화 대신, 공급업체는 시장의 눈치를 살피며 시장이 소비자와 대화하는 이상한 구도가 발생하게 된다.
모바일 게임은 이제 막 걸음을 시작한 초기 단계의 산업이다. 또 게임이라는 독특한 상품 특성상 무수한 도전이 필요하다. 개발사들이 다양한 창의적 시도를 할 수 있으며, 그 시도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어야 진정한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동통신망의 개방이나 표준화 플랫폼 도입의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성원 엠닥스 사장 won@mdoc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