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게임넷-엠비씨게임 기득권 주장 `팽팽'
협회, 방송제작ㆍ스폰서 동일 배분안 채택
온게임넷 "스카이 의사 무시 처사" 반발
"e스포츠 관련 기업들이 공멸의 수순을 밟고 있는가?"
2기 e스포츠협회(회장 김신배) 출범과 함께 추진돼 왔던 스타크래프트 팀 리그(단체전) 통합 작업이 방송사들과 협회 및 게임단 운영 업체간 첨예한 대립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e스포츠 통합 리그 출범과 관련, 온게임넷과 엠비씨게임 등 방송사들은 서로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으려 하고 있고, 이를 조율하고 설득해야 할 협회는 리더십을 발휘하기는커녕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기 e스포츠협회는 지난달 협회 출범과 동시에 팀 리그 통합을 추진해 왔으나, 팀 리그를 진행해 왔던 게임 방송사들이 서로 다른 통합 방식을 주장함에 따라 통합리그 출범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본지 4월12일자 1면 참조.
당초 협회는 게임방송 온게임넷의 스카이 프로리그를 협회 공인대회로 흡수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엠비씨게임에 참여를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엠비씨게임은 팀 리그 진행을 포기하고 스카이 프로리그 진행에 합류하되 스카이 프로리그가 온게임넷 대회였던 만큼 결승전 진행과 스폰서 지원자금은 온게임넷이 모두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는 물론 엠비씨게임의 반발에 직면했고 결국 무산됐다.
이에 협회는 이사회 소속 실무자(SK텔레콤, KTF, 팬택앤큐리텔, 한빛소프트, 선수협의회, 게임산업개발원 등)를 중심으로 회의를 열고 △`스카이 프로리그 2005`를 통합 리그로 진행하되 △방송은 양사 동시 생중계로 5대5 비율로 제작하며 △오프라인 이벤트(결승전) 또한 양 방송사가 균등하게(2회씩) 진행하고 △방송 제작비용은 초기 3억원씩 받고 향후 대회 기여도 에 따라 차등분배 하는 통합(안)을 채택했다.
이 안은 당초안과 달리 방송제작과 스폰서 비용 배분을 동일하게 가져가는 형태로 엠비씨게임측은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이번에는 온게임넷이 반발하고 나섰다. 스카이 프로리그는 당초 온게임넷이 진행해 온 대회이기 때문에 기득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온게임넷의 주장이었다. 당초 엠비씨게임과 정규리그 방송 제작을 50%씩 맡기로 한 것도 이벤트 대회 진행과 스폰서 비용을 나누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는 게 온게임넷의 주장이다.
온게임넷 관계자는 특히 "협회는 통합 리그와 관련해 당초 얘기된 내용과 전혀 다른 안을 내 놓았다"며 분개하고 있다. 또 협회 실무회의의 결정에 대해 "정작 프로리그에 돈을 대고 있는 스카이(SK텔레텍)측 의견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SK텔레텍 또한 협회의 이번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우에 따라 리그 후원 철회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향후 리그 통합 문제가 e스포츠 분야 전체의 문제로 확산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스카이가 e스포츠 분야에서 철수하게 되면 협회는 연간 10억원이 넘는 별도 스폰서를 찾아야 하는 것은 물론, 온게임넷 역시 협회의 제재를 받게 되므로 e스포츠 전체로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지난 22일 채택한 안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온게임넷은 실무협의체 수준의 논의가 아니라 방송사들도 참가하는 정식 이사회를 열고 통합 리그 문제를 다시 논의하자는 안을 내 놓고 있으며, 엠비씨게임도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다는데 동의한 상태다.
엠비씨게임 이상호 국장은 "우리 역시 기회비용 손실 등 피해가 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협회 최종안에 동의한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통합리그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서는 협회의 잘못이 크다고 본다"며 "당초 통합리그 출범을 서두른 것도 문제지만 협회 스스로 자금 조달 계획이나 사업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의 자원으로 통합리그를 진행하려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택수기자@디지털타임스